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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실패를 가르치는 수업: 왜 우리는 넘어지는 법을 배우지 않는가

by sally1425 2025. 6. 10.

“넘어지지 않고 걷는 법은 없다.” 이 단순한 진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우리의 교육은 오랫동안 이 사실을 외면해왔다. 대부분의 학교는 실패를 ‘지양해야 할 결과’로 여기며, 점수와 성취 중심의 구조 속에서 오직 ‘성공하는 법’만을 가르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진짜 성공은 수많은 실패 속에서 길러지는 것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아이들은 시험을 망치면 자책하고, 대학에 떨어지면 세상이 끝난 것처럼 느낀다. 이처럼 실패를 경험하는 순간을 '인생의 낙인'처럼 여기는 풍토 속에서 자란 학생들은 점점 더 실패를 두려워하게 된다. 문제는 이 두려움이 창의성, 도전정신, 회복탄력성을 갉아먹으며 아이들의 성장 가능성을 제한한다는 데 있다.

이제는 묻고 싶다. 왜 우리는 ‘넘어지는 법’을 배우지 않았을까? 더 나아가, 실패에서 배우고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는 교육이 가능하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교육이 아닐까? 이 글에서는 실패를 교육에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이유와, 실패를 통해 길러지는 중요한 삶의 역량들, 그리고 실패 친화적 교육 환경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살펴본다.

 

실패를 가르치는 수업: 왜 우리는 넘어지는 법을 배우지 않는가
실패를 가르치는 수업: 왜 우리는 넘어지는 법을 배우지 않는가

 

실패는 단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우리가 실패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것이 곧 낙오, 낙제, 혹은 부족함의 증거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의 본질은 성적표가 아닌 ‘과정’에 있다. 실수하고, 시도하고, 다시 도전하면서 우리는 진짜 배움을 얻는다. 오히려 실패는 성장의 발판이자 창의성의 자양분이 된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문화는 ‘실패를 빨리, 자주 하라’는 말로 유명하다. 그만큼 반복적인 실패를 통한 학습의 힘을 믿는다. 하지만 우리의 교실은 어떤가? 틀린 답을 말하면 조롱을 당하거나 감점을 받기 일쑤고, 시험을 망치면 회복 기회 없이 다음 평가로 넘어간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은 안전한 선택만 하게 되고, 새로운 시도를 꺼리게 된다.

실패를 하나의 결과가 아니라 학습의 필수적인 일부로 바라보는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수업 시간에 오답을 공유하고, 시험에서 틀린 문제를 ‘성장 포인트’로 활용하며, 프로젝트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 시스템이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교사가 학생에게 “왜 틀렸니?”가 아닌 “무엇을 배웠니?”를 묻는 것. 바로 그 순간이 실패를 교육으로 전환시키는 마법이다.

 

실패를 통한 회복탄력성: 다시 일어서는 힘을 키우는 법

아이들이 실패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단순히 성적 때문만이 아니다. 사회적 낙인, 부모의 실망, 스스로에 대한 자기부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심리적 압박은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도전을 포기하게 만든다. 그러나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오히려 인생의 대부분은 ‘실패와 회복’의 반복이다.

여기서 필요한 역량이 바로 회복탄력성이다. 회복탄력성이 강한 아이는 실패를 겪더라도 그것을 ‘내 탓’으로만 여기지 않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다. 연구에 따르면 회복탄력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 가능한 능력이다.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교육은 회복탄력성을 길러야 한다. 예를 들어, 실패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의 극복 이야기를 나누는 수업은 매우 효과적이다. 교사가 자신의 학창 시절 실패담을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학생은 위안을 얻는다. 또한 학생 스스로 실패를 일기나 포트폴리오에 기록하고, 그로부터 배운 점을 정리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실패 이후 ‘다시 시도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한 번의 시험에서 낙제를 받았다고 해도, 추가 학습과 재도전을 통해 만회할 수 있다면 학생은 ‘실패는 끝이 아니다’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이는 향후 인생에서 어떤 시련이 와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강력한 내면의 힘으로 작용한다.

 

창의성은 실패를 허용하는 환경에서 자란다

창의적인 아이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창의성 자체가 기존의 틀을 깨는 시도이고, 그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실패가 동반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의 교육이 여전히 정답 중심, 채점 중심이라는 데 있다. 수많은 아이디어 중 ‘정답 한 개’만을 요구하는 교육에서는 창의성이 자랄 공간이 없다.

실패 친화적인 교육 환경은 창의성을 키우는 데 필수적이다. 아이들이 엉뚱한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실제로 실험해보며, 결과가 예상과 달라도 비난받지 않는 교실은 창의력의 온실이 된다. 예술, 프로젝트 수업, 메이커 교육 등은 이러한 시도에 적합한 방법들이다. 정답보다 과정을 평가하는 교육은 아이들에게 더 자유로운 상상과 도전을 가능하게 한다.

핀란드나 네덜란드의 교육 시스템은 이미 실패를 학습의 일부로 통합하고 있다. 학생들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시도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점점 더 나은 아이디어로 발전시킨다. 교사는 창의성을 장려하는 멘토이며, 평가 역시 창의적 사고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한국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실패 박람회’, ‘창의 프로젝트’ 등의 시도가 등장하고 있다. 이는 긍정적인 변화다. 하지만 여전히 ‘결과만 중시하는 교육’의 관성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제도적, 문화적 변화가 함께 필요하다. 실패를 허용하는 교육은 단지 새로운 수업 방식이 아니라, 교육 철학 자체의 전환을 의미한다.

 

실패를 가르친다는 것은 단순히 실패를 용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삶의 기술을 가르치는 일이다. 실패는 누구나 겪는다. 중요한 것은 그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다시 도전하느냐다. 진정한 교육은 시험 점수가 아닌, 그런 삶의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넘어지지 않는 법이 아니라,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창의성과 회복탄력성이라는 가장 중요한 인생의 무기를 키워줘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교실이 아니라, 실패를 실험실 삼아 더 큰 가능성을 시도하는 교실.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미래 교육의 모습이다.

이제는 용기를 내야 한다. 아이들이 실수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교실이야말로 아이들의 진짜 미래를 위한 발판이 될 것이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